2014년 3월 31일 경기 일산시 병원에서 6세 아동이 사망했습니다. 피부질환인 옴 때문이었습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패혈성 쇼크가 온 겁니다. 방송에서 공개된 사망 아동의 온몸엔 시뻘겋게 옴이 퍼져 있었습니다. 이른바 '어린이 옴 사망사건'입니다.
숨진 아동은 정태민군이었습니다. 태민군은 미혼모인 친모가 양육을 포기하면서 2013년 3월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위탁가정에 맡겨진 지 1년 만에 사망한 겁니다.
같은 위탁가정에서 자란 아동은 태민군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태민군은 입양된 지 두 달 만에 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발병 초기엔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위탁모는 그해 7월부터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방치했습니다. 재판부는 위탁모 조모(54)씨가 아이를 치료해 줄 의무가 있는데도 방치했다고 보고 유기치사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조씨는 유기치사 혐의 외에도 아동복지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영유아보육법위반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였던 대구지법 영덕지원은 징역 2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했습니다. 왜였을까요? 친모가 조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조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보면서도 유족(친모)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참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2심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그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조씨는 수감 11개월 만에 풀려났습니다.
그로부터 7년 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바로 '용인 조카 물고문 살인사건'입니다. 숨진 열 살 A양의 이모 부부는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8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조휴옥)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이모 부부가 A양을 대형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게 한 뒤 그 안에 있던 개의 대변을 먹도록 한 영상이 공개돼 공분이 일기도 했죠.(관련기사: 개똥 먹이며 조카 학대한 이모 부부 동영상 공개 "이걸 직접 찍다니...")
그런 이모 부부를 위해 A양의 친모 B씨가 지난달 31일 합의서를 제출했는데요. 일각에서는 합의서 제출은 언니 부부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B씨 역시 학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B씨를 9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합의서 인정 여부는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결정 권한입니다. 그럼에도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가 숨진 피해 아동 대신 합의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장은 "부모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의 합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판부가 합의서를 받아주는 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