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 및 가족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의혹에 연루된 의원 전원의 탈당 및 출당 조치를 내리자 제1야당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 국민권익위원장이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강력한 조치를 취한 데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비교섭단체 5당이 모두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나서면서 홀로 '시간 끌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국회의원 조사를 의뢰한다는 게 법적으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가 안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눈 가리고 아웅이거나, 할리우드 액션 정도도 아니고 그냥 시중에서 하는 말로 장난치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3월 19일 감사원법상 감사원의 국회의원에 대한 감사는 불가능하다고 본인 스스로 주장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국회에 소속된 공무원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한다는 것은 대상이 아닌데 한 것이고, 시간 끌기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도 9일 권익위에 국회의원 재산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감사원에 조사 의뢰를 한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본다"며 "당장 그 입장을 철회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함께 조사를 의뢰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은 행정부와 행정부가 위탁하는 기관에 대한 직무 감찰과 회계 감사가 직무 범위"라면서 "국회의원에는 권한이 뻔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건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감사원 조사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지만 모양이 궁색해졌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기본적으로는 감사원에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저희 당의 원내지도부 입장에 공감한다"면서 "권익위원장께서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저희 당에서도 다소 공정한 어떤 외부기관을 찾는 과정"이라고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외려 "국민의힘이 감사를 빨리 받는 것을 원한다면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감사원법 개정 등에 협조할 수 있지 않냐"며 감사원법을 바꾸자는 주장도 했다. 다만 그는 "법 개정이 여의치 않으면 외부기관들, 특히 시민단체 같은 것도 있고, (개인적으론) 국민권익위도 딱히 의심할 건 없다고 본다"며 권익위 조사 가능성을 열어 놨다.
당대표 선거 경쟁자로 같은 방송에 출연한 나경원 전 의원은 "국힘 쪽에서 이미 전수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당연히 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전수조사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