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 외교수장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건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이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이후 5년간 협상이 중단됐다. 중국은 “대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며 신경이 곤두서있다. 대만이 군용기 착륙에 이어 미국과의 경제협력으로 중국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8일 “매우 악랄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밝혔다. 이틀 전 미 상원의원 3명이 C-17 전략 수송기를 타고 대만을 다녀간 것에 대한 비난이다. 동시에 “정치적 쇼”라고 애써 평가절하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발이 분명하지만, 굳이 민간 전용기가 아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대형 군용기 C-17을 동원한 것은 중국을 자극하고 파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염려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FTA)의 전 단계인 TIFA다. TIFA는 국가 간에 체결하는 협정이다. 따라서 TIFA가 현실화하면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미국 관료와 정치인이 대만을 오가고, 대만에 무기를 팔고, 미군 전투기와 군함을 대만해협에 투입해 결속을 과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신창(信强) 중국 푸단대 미국학연구소 부소장은 9일 “중국이 반대하는 TIFA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TIFA의 파급력을 간파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마중물을 부었다. 미국산 돼지고기를 카드로 꺼냈다. 대만인 60% 넘게 반대하는데도 아랑곳없이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돼지고기를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극렬히 저항했지만 오히려 올 8월 국민투표로 종지부를 찍자며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은 돼지고기 수입규제를 완화하라고 대만에 줄곧 요구해왔다. 2017년 트럼프 정부 들어 TIFA 협상이 중단된 주요인이다. 이에 대만은 과거 사례를 역이용했다. 미국산 소고기의 락토파민 잔류 문제로 TIFA 협상이 2008~2012년 중단됐다가 대만이 수입을 재개하면서 미국은 다시 TIFA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차이 총통은 이제 돼지고기 수입으로 TIFA의 불씨를 살리려는 것이다.
대만이 미국산 돼지고기로 지펴온 불씨가 자칫 화염으로 번질까 중국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을 이용해 중국에 도발하는 미국의 카드가 무역과 경제로 확장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 대만의 중국 본토 수출이 전체의 43.9%를 차지했다면서 “차이 정권이 대만 경제를 중국과 분리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다”고 깎아내렸다. 주미 중국대사관 측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은 대만과 실질적인 관계 격상을 중단해야 한다”며 “수십 년간 중국과 지켜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