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신문은 한국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각하한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외교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신문 사설은 9일 발표된 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바라는 양국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사 결과 한일 양국 국민들은 한일관계를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한일 간 대립을 해결하려면 청구권 문제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을 규정한 (1965년) 한일협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 협정을 존중하지 않아, 대법원 판결로 이어진 반일 기운을 높인 것은 명백하다”고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판단은 엇갈려 왔다”면서 “외교를 담당하는 문 대통령이 사법부에 휘둘리지 말고 책임을 다해 한일 간 현안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교적 해결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성향의 도쿄신문은 ‘외교적 해결밖에 길은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사법의 장에서 역사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사법부가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사법 판단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교 협상을 통해 고령인 원고에 대한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채 1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기존 합의를 발전시키는 등 스스로 지도력을 발휘해 일본 측과 대응을 협의해 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이 한국에 있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일방적인 자세로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모든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문제가 장기화하면 한국은 상식에서 벗어난 국가라는 국제적인 불신이 증가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 폭주를 조장한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라는 등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다.
한편 이날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은 싣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의 배경과 관련해 다른 일본 신문들과는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다수 일본 언론은 “한국 재판은 정치상황이나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재판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마이니치는 이날 “한국 재판부는 판사 개인의 성향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문 대통령과 반대 성향인 보수적인 판사가 자기 신념에 따라 판결한 것 같다”는 한국 법조계 인사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