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국·러시아와 원전 건설 논의"… 45조원 규모

입력
2021.06.09 11:21
원자력청장,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개
"전력난 해소 위해 2030년까지 8기 건설
내년 첫 계약… 한국 관리, 돕겠다는 의사"

이라크가 한국ㆍ러시아와 45조 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카말 후사인 라티프 이라크 원자력청(IRSRA)장은 8일(현지시간)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관리 및 국영 에너지 기업 관계자와 만나 원전(原電) 건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라티프 청장에 따르면 이라크는 전력난과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11GW(기가와트) 전력이 생산 가능한 원전 8기를 지을 계획인데, 이를 위해 이라크 내 후보지 20곳을 선정한 상태다. 첫 번째 건설 계약은 내년 중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라크의 이 원전 건설 사업이 400억 달러(44조6,000억 원) 규모라고 전했다.

이라크의 전력난은 만성적이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일 정도로 에너지원이 풍부하지만, 2003년 미국의 침공 뒤 이어진 내전 탓에 전력 기반시설이 파괴된 데다 만연한 정치권 부패로 복구 작업까지 더디다. 이 때문에 국경을 접한 이란에서 전력과 발전용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는데, 냉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는 정전이 빈발해 매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다고 한다.

라티프 청장은 블룸버그에 ‘한국 관리가 올해 이라크 원전 건설을 돕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라크 당국자들에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탐방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인터뷰에서 거론된 이라크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과 한국전력 측에 각각 물었지만 아직 입장을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중동에서는 UAE와 이란에서 상업용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4월에는 한국이 처음 수출한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이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이라크의 경우에도 197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의 협력으로 바그다드 남쪽 오시라크에 원전(흑연감속로)이 건설된 적이 있지만, 1981년 이스라엘이 이를 핵무기 개발로 의심하고 기습 폭격해 파괴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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