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흉사 등을 빙자해 기도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뜯어낸 무속인이 구속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이 같은 사기 혐의로 40대 무속인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광고 등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 40여명으로부터 집안에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거라는 위기감을 조성해 700여 차례에 걸쳐 4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대부분 주부인 피해자들에게 “집안에 흉사가 닥친다”, “남편이 단명한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자식이 무당이 될 팔자다”, “남편이 바람난다”며 기도비를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기도를 할 때 재물로 돈을 바쳐야 기도의 기운이 좋다”면서 돈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거나 일부만 돌려주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한 번에 수백 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받고 “정성이 부족하다”며 겁박해 추가로 돈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수법에 속은 한 주부는 15억원을 주고, 절반 정도만 돌려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며칠 만에 2~3억원을 사기 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A씨는 현금 외에 금이나 상품권 등도 받아 챙겼다.
피해자는 대부분 부산에 살고 있지만 울산이나 경남, 경기도에서도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법명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이나 아파트 게시판 등에 자신을 홍보하는 글을 올려 영업해 왔다. 경찰은 파악된 피해자 외에 추가적인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가로챈 돈을 기도비를 일부 되돌려 주는 과정에서 ‘돌려막기’에 사용하거나 개인 채무와 생활비 등에 대부분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사기행각은 지난해 말 한 피해자의 신고와 이후 고소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기도비와 굿값이 전통적인 관습이나 종교 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 사기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