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자궁내막암, '프로게스틴' 치료해도 안전하게 임신

입력
2021.06.09 10:05


자궁내막암은 지난 20년 간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만 15~34세 여성 암 환자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아졌을 정도로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증가했다(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

초기 자궁내막암이라면 젊은 환자가 임신 가능성을 보존하기 위해 수술로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 약물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그런데 이 같은 약물 치료를 시행해도 안전하게 임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대연ㆍ박정열ㆍ이신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은 2008~2016년 자궁을 보존해 가임력을 유지하기 위해 1년 간 여성의 황체 호르몬을 조절하는 프로게스틴 성분 약물로 치료한 뒤 남아 있는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 51명을 추가로 약물 치료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부인암 분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미국부인종양학회지(Gynecologic Oncology, IF=4.623)’에 최근 게재됐다.

환자 51명의 약물 치료 기간은 평균 17개월이었고, 37명(73%)은 1년 약물 치료 후 추가 약물 치료한 뒤 암이 완전히 사라졌고, 13명(25%)은 일부 없어졌다. 1명(2%)의 환자만 암이 진행됐다.

또한 프로게스틴 성분의 약물로 추가 치료해 암이 없어져 실제로 임신을 시도했던 23명의 환자 가운데 9명이 임신했다.

암이 완전히 없어진 37명 중 12명에서 암이 재발했는데, 이중 8명은 약물 치료를 더 지속했더니 다시 암이 없어졌다.

책임 연구자인 김대연 교수는 “조기 자궁내막암은 수술하지 않고 프로게스틴 성분 약물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데, 효과가 없거나 재발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꾸준히 상담ㆍ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의 황체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인 프로게스틴 성분 약물은 배란을 억제해 경구 피임약으로 사용돼 왔는데, 자궁내막 조직을 안정시켜 암 세포를 억제하는 역할도 해 자궁 보존을 원하는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사용돼 왔다.

그 동안 1년 이상 프로게스틴 성분 약물로 치료를 해도 암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들고 암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장기간 치료가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자궁내막암 환자가 대개 50~60대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 젊은 환자가 늘면서 자궁 적출 수술 대신 약물 치료로 자궁 보존을 원하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따라서 1년 간 약물 치료를 했는데도 암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암 진행 여부를 면밀히 검사하면서 약물로 자궁 보존 치료를 더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분석 연구는 없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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