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사랑하는 가족과 축구인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어머니 곁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7일 오후 50세를 일기로 사망한 유 전 감독의 장례가 9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축구인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발인 등 장례 절차는 유가족들 뜻에 따라 가족과 일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및 축구인 등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유 전 감독과 함께 한일 월드컵 4강 기적을 일궜던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최진철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유 전 감독은 경기 용인평온의숲에서 화장 후 충북 충주시 앙성면 진달래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한다. 지난해 3월 역시 췌장암과 싸우다 별세한 고인의 어머니 곁에 자리했다.
유 전 감독은 인천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벤치를 지키며 그해 인천의 2부 리그 강등을 막아냈다.
이후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인천 사령탑에서 물러나 치료에 전념했다. 투병 중에 어머니를 여의는 큰 슬픔을 겪으면서도 유 전 감독은 강한 의지로 건강을 회복해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 희망을 안겼다.
고인은 인천 훈련장이나 경기장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고, TV 예능 프로그램에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동료들과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중반기 인천이 부진에 빠져 감독이 경질되자 유 전 감독의 현장 복귀가 거론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면서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고, 결국 투병 1년 8개월여 만에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였던 유 전 감독은 울산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 가시와 레이솔(이상 일본)을 거치며 12년간 프로 생활을 한 후 2006년 울산에서 은퇴했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 국가대표 등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지낸 유 전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 전에서 극적인 동점골로 무승부를 이끌며 3전 전패 위기를 벗어나게 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 전에서 추가골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월드컵 첫 승리를 이끄는 등 한국 축구가 필요로 할 때마다 큰 힘을 보탰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태극 마크를 달고 A매치 124경기 18득점을 기록한 유 전 감독은 '유비'라는 애칭처럼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많은 영광의 순간을 함께하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유 전 감독의 유족은 부인 최희선씨와 2남(선우, 성훈) 1녀(다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