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의 '아메리칸 드림'… "미국발 기회 잡아라"

입력
2021.06.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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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4대 핵심 분야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 발표
배터리 분야선 제조 지원·수요활성화 정책이 핵심
보조금·대출·세액공제 지원책+정부발 수요 확대
"中·유럽보다 2.5배 비싸… 인센티브로 경제성 확보"

K배터리의 '아메리칸 드림' 실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4대(대용량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희토류) 핵심 분야에 대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이 K배터리의 원활한 현지 시장 진출 여건까지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중국 견제와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마련된 이 보고서는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 필요성'을 부각시킨 내용으로 구성됐다.

9일 정부와 배터리 업계 등에 따르면 백악관이 공개한 보고서엔 미국 내 첨단 고용량 배터리 공급망 개발을 위한 분석과 대응 방안 등이 담겼다.

보고서에 포함된 배터리 공급망 대응 전략은 크게 △주요 광물 등 원소재 공급망 구축 △미국산 배터리 제조 지원 △수요 확대 △배터리 재활용 방안 △인력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구분됐다. 배터리와 관련된 내용은 주로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담당했다.

이 중 K배터리 업체의 미국 진출과 가장 밀접한 부분은 미국산 배터리 제조 지원책에 포함됐다. DOE는 미국 배터리 제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규 연방정부 보조금 프로그램 제정 △DOE의 대출 프로그램을 통한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망 지원 대출 권한 즉시 활용 △차세대 에너지 설비투자세액공제 제도 추진과 함께 투자금액의 30% 공제 등을 지원책으로 제시했다.

또 배터리 시장 수요 확대를 위한 방안도 눈에 띈다. 64만 대가량의 연방 및 주정부 차량을 전기차(EV)로 전환하고 15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를 투자해 50만 대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 모든 차량에 대한 에너지 효율 및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EV 전환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촉진을 위해 정부의 구매 확대와 민간 ESS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전력 생산 규제를 통한 재생에너지 ESS 분야 지원 등도 추진한다.

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른 재활용 산업 활성화와 관련해선 국가 차원의 배터리 회수·재활용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전담 조직도 구성해 대응할 예정이다. 배터리 재활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런 내용의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독려 방안들이 발표되자, K배터리 업계는 현지 추가 투자를 타진하면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당장, 삼성SDI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협업 진행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현지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팩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배터리셀은 생산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백악관 보고서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편 가르기를 통해 동맹국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고 나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유럽에 비해 투자비용, 인건비 등이 2.5배 정도 비싼데, 대출·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가 시행되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K배터리가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던 유럽시장도 중국 업체와 유럽 신생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유럽만큼 커질 미국 시장에서 K배터리는 재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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