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증거인멸교사로 검찰 송치

입력
2021.06.09 10:55
폭행 영상 묵살 경찰 수사관도 특수직무유기로 송치
택시기사는 증거인멸 혐의… "삭제 요구 받은 점 참작"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 이 전 차관의 폭행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묵살한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A씨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9일 오전 10시 종로구 청사에서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부적절한 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일자 꾸려진 기구로, 지난 1월 24일부터 5개월가량 진상조사를 진행해왔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폭행사건 발생 이후 이 전 차관이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 B씨에게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건넨 1,000만 원을 증거 인멸의 대가라고 판단한 것이다. B씨 역시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 관계자는 "B씨에 대해선 폭행 사건의 피해자이고 증거 인멸 행위가 가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란 점을 참작 사유로 덧붙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 초반 내사를 담당했던 A 경사는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넘긴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A 경사는 폭행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9시쯤 B씨를 조사하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음에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 A 경사는 이 과정에서 "못 본 걸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는 물론이고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이 보도된 지난해 12월 19일에도 영상 열람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보고라인에 있던 서초경찰서 서장(현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형사과장, 형사팀장에 대해서는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감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폭행 사건 당시 변호사로서 경찰 범죄수사규칙상 상부에 사건을 보고해야 할 대상인데도 이들이 보고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또 이 전 차관이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사건 보도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서울경찰청에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보고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A 경사와 함께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던 형사과장과 팀장은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 경찰은 "이들의 혐의는 명확지 않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에 회부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수사심의위원회는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가 참여해 주요 수사정책에 관한 자문 및 권고를 하거나 주요 사건을 심의하는 기구다.


오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