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여름휴가 나눠가라? "애들 방학 맞춰 이미 다 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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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9 09:00

“이미 8월 초에 아이들과 계곡에 캠핑 가기로 일정을 다 짜둔 상태예요.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 일정을 생각해서 전 가족이 다 함께 맞춰둔 휴가 일정인데, 정부 말대로 갑자기 다른 때 휴가를 가라면 사실상 휴가를 가지 말란 얘기죠."

9일 대기업 직장인 김모(37)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앞서 정부는 여름휴가철 방역대책으로 여름휴가를 연 2회 이상 나눠서 쓰도록 권고했다. 한번에 사람들이 너무 쏠리면 방역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대개의 가정은 학교, 학원 일정에 따라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둔 경우가 많다.

공기업에 다니는 신모(40)씨도 “여름휴가를 나눠 가라는 뜻은 이해하지만, 내 또래 연배의 휴가란 대부분 방학 일정, 어린이집이나 학원 휴원 일정 등을 감안한 가족단위 계획"이라며 “아이들이 어릴 경우에는 휴가는 나눠서 쓰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제조업 분야는 더 힘들다. 자동차 등 제조업체는 생산라인 일정에 맞춰 휴가를 일률적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미리 충분한 대체인력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휴가일정 분산이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업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고, 특히 계절을 타고 일이 몰리는 업종은 휴가 일정 자체가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휴가일정을 분산시키라는 방역당국의 요구는 여름휴가의 빈익빈, 부익부를 노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중견 IT(정보기술)업체에서 일하는 이모(40)씨는 “백업(예비) 인원이 충분한 대기업은 가능할지 몰라도 중소 IT 기업은 휴가를 유동적으로 가면 일이 안 돌아간다”며 “IT 기업 특성상 프로젝트가 몰릴 경우 휴가를 쓸 수도 없어 정부 방침대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중 자유로운 휴가를 위해 기업들이 충분한 대체인력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일과건강' 한인임 사무처장은 “제조업 생산라인의 경우 일시에 휴업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여유(대체)인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분산 휴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연중 근로자가 원하는 때 휴가를 2주 연속으로 갈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 유럽과 같은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