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당 지도부의 전격적인 '탈당 권유'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대응은 엇갈렸다. 일부 의원들은 "의혹을 깨끗이 씻은 뒤 돌아오겠다"며 탈당계를 제출했으나, 일부는 여론을 의식한 지도부의 과도한 조치라는 이유로 반발했다.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우상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 조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 의원은 2013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취득하고 실제로는 모친의 묘지를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해당 토지의 매입은 어머니의 사망으로 갑자기 묘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일이고 이후 모든 행정절차는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했다. 지도부의 탈당 권유에는 '불복 의사'를 밝혔다.
그는 "부동산 민심이 워낙 악화해 있어서 우리 스스로 좀 더 철저한 당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조사를 의뢰했고, (탈당 권유도) 그 과정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억울한 의원이 생기는 것을 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활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한정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권익위의 의혹 제기 하나만 갖고 탈당을 권유하는 당의 결정은 지극히 졸속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결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혹이 있으니 일단 당을 떠나서 무혐의를 받고 돌아오라는 무책임한 지도부가 어디 있나"라고 항변했다.
명의신탁 소지 의혹이 제기된 김회재 의원도 "정상적인 매매였음에도 권익위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지도부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오영훈 의원도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조사 없이 당이 일방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 4명은 탈당보다 소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6명은 당 지도부의 결정을 일단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탈당계를 제출한 윤재갑 의원은 배우자가 경기 평택에 있는 2,000㎡ 규모의 밭을 20여 명과 나눠 보유해 투기성 매매 의혹을 받아왔다. 윤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재산신고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수사 결과 문제가 없는 사람은 불이익 없이 복당시켜 주겠다고 하니 당 조치에 따르기로 했다"고 했다. 명의신탁 의혹을 받는 문진석 의원도 "외진 시골 농지를 굳이 차명으로 보유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억울하지만 당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김수흥·김주영·서영석·임종성 의원도 탈당계를 제출했다.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 윤미향·양이원영 의원도 지도부의 '출당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