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아' 입양하세요"…인도 불법 입양 기승

입력
2021.06.08 17:33
인도 '코로나19 고아' 3만명 넘어서


“인도 소녀를 입양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생후 3일인 소녀와 생후 6개월 소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모를 잃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인도 아동의 불법 입양을 주선하는 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제아동인권단체들은 코로나19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불법 입양이나 인신매매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7일(현지시간) 인도 국가아동권리보호위원회(NCPC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전역에서 지난해 4월부터 이달 5일까지 14개월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3만71명으로 조사됐다. 부모 중 한 명을 잃은 아동의 수가 2만6,175명이고, 부모 모두를 잃은 아동의 수는 3,621명이다. 이 밖에 코로나19 등으로 부모(보호자)로부터 버림을 받은 아동도 274명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부모의 사망 원인이 코로나19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대부분의 아동들이 코로나19로 부모를 잃거나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부모를 잃은 아동의 수가 3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모를 잃은 아이의 불법 입양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알린 아동인권활동가 산지타 샤르마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NS에 아이들의 이름과 성별, 나이 등이 버젓이 공개되고,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입양시키는 불법 사례를 확인했다”며 “불법 입양을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누락 쿤두 델리아동인권보호위원회(DCPCR) 위원장도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쇼핑몰처럼 SNS를 통해 아이들이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라며 “SNS에 떠도는 아이 입양 글을 보고 연락을 해 봤더니 아이 1명당 7,000달러(약 778만 원)의 가격을 제시했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도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위원회는 지역사회 거점 병원들을 중심으로 (부모가 사망한) 18세 미만의 아동 명단을 작성해 해당 아동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 여성아동부도 4일 코로나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부모 재산을 지역법원 관리하에 집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날까지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899만 명, 사망자 수는 35만1,344명으로, 모두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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