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둔촌주공에는 ○○○○이 없다?

입력
2021.06.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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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급' 전혀 없는 강남권 재건축 대단지
현금 부자들만 넘볼 수 있는 고가 아파트
"특공 기준 높여야" vs "집값 안정이 우선"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최대어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1순위 청약 신청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강남권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대규모 단지인 데다가 당첨만 되면 10억 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에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겉보기엔 '로또아파트'지만 정작 청약 시장에서는 "5060 현금부자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온다. 최소 9억 원 이상인 '역대급' 분양가에 특별공급(특공) 물량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에도 가장 작은 평형 9억 원대

8일 분양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17일 청약이 시작되는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는 3.3㎡(평)당 평균 5,653만 원이다. 일반분양은 224가구로 전용면적 △46㎡ 2가구 △59㎡ 197가구 △74㎡ 25가구다. 가장 작은 평형의 분양가도 9억 원이 넘지만 시세에 비해서는 60% 수준이다.

시세보다는 싸도 모든 평형 분양가가 9억 원을 넘는 탓에 특공 대상에서는 빠지게 됐다. 중도금 대출이 막힌 데다 85㎡를 넘는 가구도 없어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리게 됐다. 사실상 현금 10억 원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중·장년층이 아니면 당첨은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

'금수저 청약' 논란에 고가주택 특공 배제... 지금은?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가 9억 원 초과 주택이 특공 대상에서 빠진 건 2018년부터다. 당시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고가아파트 특공에 10·20대 당첨자가 포함되며 '금수저 청약'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이들이 사회적 배려 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특공을 이용해 고가 주택을 분양받는 게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며 특공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올해 기준 민간분양 주택의 특별공급 비율은약 50%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전국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9억 원을 고가 아파트 기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은 9억9,833만 원으로, 청약 제도가 개편된 2018년 4월(7억4,418만 원) 대비 2억5,416만 원 올랐다. 분양가는 시세를 고려해 책정되기 때문에 강동구 '둔촌 주공' 등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대다수의 분양가는 9억 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세 올랐다면 고가주택 기준 금액도 상향해야"

특공 대상 기준을 시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이 안 올랐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는 당연히 상향 조정을 해야 한다"며 "아무리 작은 평수라도 다자녀나 신혼부부 등 배려 대상이 특공으로 입주하기 어렵다는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적어도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차등적으로 특공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특공 대상자들이 고가 주택에서 살 수 있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집값 따라 기준 무조건 올려선 안 돼... 집값 안정이 우선"

반면 상승하는 집값에 이끌려 특공 기준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리 주택가격이 상승했다고 해도 원베일리 같은 고가 주택이 국가가 정책적으로 배려할 만한 계층을 위한 주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집값이 오른 게 문제라면 집값 안정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주객전도식으로 특공 기준을 기준을 올려서는 안 된다"며 "차라리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놓고 특공 대상을 산정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 같은 논란을 주시하는 눈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검토에 들어간 상태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