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 확산... 美 정부도 기류 변화?

입력
2021.06.08 16:30
블링컨 국무 "동맹들과 공동 접근법 협의 중"
'보이콧'에 선 그은 백악관 종전 입장서 변화
유럽·북미 정치권 "보이콧 해야" 목소리 커져

내년 2월 개최되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유럽과 북미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동맹국들과 공동의 접근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미 백악관이 ‘동맹국들과 공동 보이콧 문제를 협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 같이 말하면서 “앞으로 몇 주 내에 이 문제(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에 있어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올림픽에 관한 한 다른 나라,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공동의 우려가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고, 이상적으로는 공동의 접근법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국제 사회의 공동 움직임에 선을 그어 왔던 미국의 기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들어 서구 사회에선 중국의 대규모 인권 유린을 문제 삼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럽연합(EU)과 북미 국가들이 국가원수와 정계 인사들에 대한 올림픽 초청을 거절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방식으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예컨대 그레고리 믹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감안할 때 개최지를 변경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의회에선 의원 10명이 ‘EU가 베이징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질의서를 유럽 평의회에 제출했고, 베이징 올림픽을 후원하는 유럽 기업들에도 관련 의견을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탈리아에서도 ‘방송사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보도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영국과 캐나다, 체코, 덴마크, 독일,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 ‘대(對)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 회원국들 또한 보이콧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톰 맬리너스키 미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IOC가 국민 건강 문제로 일본 도쿄 올림픽 연기를 논의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수백만 명을 문제 삼아 (베이징으로 예정된 내년 동계올림픽의) 개최지를 변경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은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위장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이를 촉구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신장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유린 등을 비판하며 “각국 정상들이 중국 정부를 예우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미국 일부 인사가 정치적 문제와 인권을 문제 삼아 중국을 모욕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한다”며 “파렴치한 거짓말과 거짓 정보로 가득 차 있는 미국식 ‘연극’은 실패할 것”이라고 펠로시 의장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에스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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