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는 여성이 친딸을 미워한다는 이유로 딸을 한국으로 데려와 살해한 혐의를 받던 40대 중국 남성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장모(4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중국에서 거주하던 장씨는 2019년 8월 이혼한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7세 딸과 한국에 입국한 뒤, 서울 강서구 한 호텔에서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장씨와 동거하던 여성 A씨가 딸을 마귀로 부르며 미워하고 두 차례 유산하게 된 것도 딸 탓으로 몰자, 장씨가 호텔 욕조에 물을 받은 뒤 딸을 물속으로 집어넣어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봤다.
장씨는 재판 과정에서 "딸을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 전 부인과 이혼한 후에도 주말마다 딸을 만나 시간을 보냈으며, 휴가 때도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사이 좋은 부녀지간이었다는 것이다. 또 사건 당일 호텔을 비운 사이 딸이 욕조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장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장씨와 딸이 한국에 입국한 뒤 A씨가 "딸을 강에 던져버려라"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오늘 밤 필히 성공한다"고 답하는 등 A씨와 살해 방법을 논의했다고 봤다. 딸의 시신에서 출혈 흔적이 발견되는 등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죄 근거가 됐다.
그러나 2심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가 딸을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전 부인이 "장씨가 사랑하는 딸을 절대로 죽였을 리 없다"고 증언한 데다, 사건 당일 급박한 목소리로 호텔 직원을 호출한 점이 고려됐다. 현장에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들도 "장씨가 크게 울면서 통곡했고, 범죄 의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장씨의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