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었다, 알고 보니 가짜 사이트… 60억 사기 조직 일망타진

입력
2021.06.08 10:50
경기북부경찰청, 20대 15명 검거 
"큰 돈 벌수 있다" 투자 리딩방 유인

인터넷에서 가짜 '투자 리딩(leading)'방을 만들어 60억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원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활동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총책 A(25)씨 등 20대 남성 15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18일부터 올해 2월까지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자신들이 만든 사기 투자 사이트로 피해자를 끌어 들여 약 6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다. 피해자만 171명에 달한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사기 범행을 공모한 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투자 리딩(leading)' 오픈채팅방 등을 홍보하고 사람들을 유인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고수익 정보”를 알려준다며 접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마진거래, 시세 차익을 통한 금 투자, 전자복권 베팅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만 하면 큰 돈을 벌수 있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늘리라고 부추겼다. 조직원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의심을 피했다.

이렇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이들이 만든 인터넷사이트의 화면을 보며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이 고수익을 낸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이트는 물론 수익을 올라가는 차트도 모두 조작됐거나 가짜였다.

피해자들의 돈은 이들이 말한 대로 전자복권이나 금 매수에 투자된 사실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수익금 출금을 요청하면 이들은 “피해자 계좌에 의심거래가 보고됐다. 내부 규정상 수익금의 일부를 송금해야 출금이 가능하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송금을 미뤘다. 추가 송금을 요구하며 추가 사기행각도 벌였다. 한 피해자는 2,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이 난 것을 보고 “이 힘든 시기에 너무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페라리 등 고가의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영위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해 8개월간의 추적 끝에 이들 조직 전원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에 있던 이들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 체류가 어려워지면서 모두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서 일망타진하게 됐다”며 “이들의 은닉 재산을 추적해 부동산과 차량 등 5억3,400만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아, 향후 추징 판결이 확정되면 피해자들이 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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