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자문하는 공식 기구인 코로나19 분과회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이 국회에서 연일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때 ‘어용학자’라는 비판까지 들었던 오미 회장의 계속된 소신 발언에 일본 정부 내에선 “월권”이라며 불만이 쌓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눈엣가시’가 된 오미 회장의 변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미 회장의 첫 폭탄 발언은 2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서 나왔다. 감염 우려 속에서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데 대해 “지금 상황에서 하는 것은, 보통은 아니다”라고 말해 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또 “무엇 때문에 개최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리스크 최소화 방안을 말하지 않으면, 일반인은 협력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 개최 목적을 국민에 밝히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3일에는 “올림픽은 보통의 이벤트와는 규모나 주목도가 다르다. 사람의 흐름이 발생한다. 경기장 안의 감염대책만 논의해 봤자 의미가 없다”고 했다. 4일에는 “일반 의료에 차질을 빚고 있을 때 올림픽을 개최하면 추가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감염 위험에 대해 조만간 생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장관은 “자주적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해 ‘자문 결과야 어떻든 올림픽은 하겠다는 뜻이냐’라는 비판을 받았다.
잇따른 소신 발언에 정부와 자민당 내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주요 신문은 “말이 지나치다” “오미씨는 올림픽 개최를 판단할 입장이 아니다”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라” 같은 정부 관계자와 자민당 의원들의 불만을 익명으로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계열 매체인 AERA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스가 총리가 “입 닫게 해라. 전문가 입장을 넘어 월권을 하고 있다. 자기가 총리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는 건 아닌가”라고 격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어용학자로서 곁에 뒀던 오미 회장이 모반을 일으켜 적이 됐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미 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스가 총리와 오미 회장이 동시에 참석한 7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오미 회장은 정부가 원하지 않아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발표할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에 야당 의원이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 개최에 따른 위험에 대해 분과회의 자문을 받으라”고 요구했으나 총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미 회장은 8일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일본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문 결과를 전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감염 전문가들로부터 ‘어용학자’란 말까지 들었던 오미 회장이 소신 발언을 계속하고, 올림픽 개최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려는 이유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연말연시 3차 유행과 올 봄 4차 유행을 막지 못한 반성 때문”이라고 전했다. 1년 이상 정부에 조언을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GoTo트래블’(여행비용 지원정책) 등 감염 확산을 초래할 정부 정책에 충분히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과회 회원인 전문가 중 한 명은 “오봉(お盆·일본의 8월 15일 명절) 연휴와 여름 휴가, 올림픽이 한꺼번에 작용해 사람의 움직임이 늘어나면 감염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제언을 수용하냐 마냐는 정부가 판단하겠지만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