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곤드레, 고춧잎, 애호박, 가지와 같은 제철 채소를 감칠맛 나는 장으로 버무린 나물은 식욕이 떨어지는 초여름에 밥맛을 돋우어 준다. 하우스 재배와 양식을 통해 계절에 관계없이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제철 식재료는 맛도 더 좋고 몸에 좋은 성분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더 싸다. 그리고 오래 묵힐수록 깊은 감칠맛이 나는 장은 제철 식재료의 맛을 살려 내면서 풍미를 더해준다. 신선함과 세월의 무게가 멋진 조화를 만들어내는 제철 음식 조리법에서 우리 사회는 플랫폼 시대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묵혀 두었다가 신선함을 잃은 제철 식재료를 가지고 그저 장맛에 의존해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맛있고 건강한 식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장맛도 중요하지만 신선한 식재료가 우선임을 기억해야 한다. 계절의 변화를 잘 담아내는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내듯,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잘 담아내는 청장년층의 창의력과 패기로 또 다른 성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청장년층은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집단과 소통하며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그들은 플랫폼이란 공간에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내고 제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 그들의 아이디어는 이상적이지만 실현 불가능하다는 이유와 함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의 엉뚱한 생각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리고 그들은 기성 세대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손발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강요 받는다.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과 문화 속에서 그들의 창의성과 도전 의식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물론, 대부분의 조직은 보다 젊고 창의적인 시각과 사고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최근 갈수록 낮아지는 기업 임원의 평균 연령에서 감지된다. 2020년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53세다. 여전히 50대 임원의 비중이 75.7%로 가장 높지만 40대 임원의 비중이 18.6%를 차지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법적 정년이 60세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퇴직 연령 또한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3040세대의 약진이 5060세대의 퇴진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플랫폼이란 공간에서 시도되는 3040세대의 창의적인 실험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5060세대의 축적된 경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5060세대의 경륜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 3040세대의 창의성이 머리가 되고 5060세대의 경험이 손발이 되는 조직의 모습을 그리면서, 세대의 역할을 바꾸어 각 세대의 역량을 보다 생산적으로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 물론 나이와 직위를 떠나 서로의 역량과 역할을 존중하고, 지난 시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때 가능한 대안이다.
최근 프랑스는 공공 영역의 불필요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면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 심리를 살려냈으며,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한 만큼 성과를 만들어 내고 보상받을 수 있는 건강한 경쟁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대적 요구를 이해하고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젊은 대통령의 통찰력과 패기 그리고 노장 정치인들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 내는 프랑스의 최근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