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여성 도왔다가 성추행범 몰린 20대 무죄

입력
2021.06.08 09:10
법원, 원고 진술 일관성 없고 경위도 부자연스러워


음식점 화장실에서 넘어진 여성을 돕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된 20대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봄 어느날 밤 대전의 한 식당에서 용변을 보려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던 중 몸 상태가 나빠 보이는 여성 B씨가 화장실을 이용하려 해 양보했다.

A씨가 순서를 먼저 내줘 화장실에 들어간 B씨는 문을 닫지도 않고 안에서 구토한 뒤 밖으로 나오다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모습을 본 A씨는 B씨를 일으켜 세워줬다.

하지만 B씨는 이 과정에서 "A씨가 정면에서 내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 그리고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B씨가) 넘어져 아무 생각 없이 일으켜 준 것뿐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등 증거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B씨의 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지 않았고, 화장실 구조 등 정황상 A씨가 '정면에서 신체를 만졌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B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처벌을 원치 않으니 돌아가 달라"고 했다가 1시간쯤 후 지구대를 직접 찾아가 피해를 호소한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봤다.

차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B씨를 부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신체 일부가 닿았는데 B씨 입장에선 일부러 추행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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