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주역’ 故 유상철 감독이 투병한 췌장암은?

입력
2021.06.08 00:13
5년 생존율 12.6% 불과한 ‘최악의 암’

한ㆍ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유상철(50)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으로 7일 오후 7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유 전 감독은 인천 사령탑에 있던 지난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췌장암은 ‘최악의 암’으로 꼽힌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데다 5년 생존율이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낮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가 올해 1월 발표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2.6%에 불과하다. 암 환자 평균(70.3%)은 물론 간암(37%), 폐암(32.4%) 등 다른 암보다 훨씬 낮다.

췌장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췌장(이자)이 몸 깊은 곳에 위치해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주변 장기와 인접해 전이는 쉽다.

췌장은 이자액 등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다.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내보낼 때 원활한 음식물 분해를 돕고,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췌장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은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췌장은 머리ㆍ몸통ㆍ꼬리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췌장암 대부분은 췌장 머리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이상 증상은 복통ㆍ황달이다. 갑자기 당뇨병이 생기거나 체중이 줄어들기도 한다. 암이 전이돼 복강신경총을 침범하면 배ㆍ등이 동시에 아플 수 있고 간에 전이돼 담도를 막으면 황달을 일으킨다. 췌장 꼬리 쪽에 암이 생기면 등쪽에 통증을 생기기도 한다.

현재 췌장암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를 비롯해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 초음파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복강경 검사, 내시경 초음파 검사(EUS) 등 다양한 검사법이 사용된다. 하지만 아직 선별 검사로 확립된 검사법은 없다.

다행히 최근 의학 기술 발달로 췌장암 진단 정확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올해 2월 김영수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와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췌장암 혈액검사 기술은 정확도가 93%나 된다.

췌장암을 완치하려면 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 암이 췌장 머리 부분에 발생했을 때는 췌장 머리ㆍ십이지장ㆍ위ㆍ담낭ㆍ담도 일부분을 절제하고 췌장 꼬리 부위에 있으면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다.

종양 위치에 따라 췌장 전체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췌장 역할을 대신할 소화 효소제와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이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전이되지 않았더라도 수술보다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며 “췌장암은 수술 후에도 재발하기 쉽기에 수술로 완전 절제가 가능해도 수술 전 선행 항암 치료로 재발률을 낮추기도 한다”고 했다.

췌장암 발생과 가장 관련이 깊은 발암 물질은 담배다. 담배를 피우면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5배로 증가한다. 담배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중요한 췌장암 위험 인자다. 췌장암의 3분의 1 정도가 흡연으로 인한 것이다. 금연 후 10년 이상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만큼 낮아진다. 다른 장기에 흡연과 관련된 악성 종양(두경부암, 폐암, 방광암 등)이 생겼을 때도 췌장암 발병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고지방ㆍ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과일ㆍ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췌장암 발생과 관련있다고 알려진 당뇨병이나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당뇨병을 오래 앓은 사람과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단 췌장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일반인보다 2배 정도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프랑스 국제질병예방연구소 알리스쾨히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췌장암 환자 가운데 50%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암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50% 이상이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

췌장암의 경우 가족력도 상대적으로 높다.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한 나이와 상관없이 직계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둘 이상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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