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경쟁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로 닮은 듯 다른 평가를 받았다. 유권자들은 두 사람을 공통적으로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인식했다. 논란이 일더라도 대중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이를 자신의 정책으로 구현해온 이 지사와,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권력 핵심을 향해 칼을 겨눈 윤 전 총장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포개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정책 역량' 면에서는 이 지사는 윤 전 총장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역임하며 행정 능력을 보여준 이 지사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후 전문가들과 만나 '대권 수업' 중인 윤 전 총장의 이력 차이가 배경으로 분석된다. 만약 두 사람이 본선에서 맞붙는다면 자신의 정책 능력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윤 전 총장의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평가(0~10점으로 응답)에서는 이 지사가 5.8점으로, 4.7점을 얻은 윤 전 총장보다 우위에 있었다.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4.2점)과 국민의힘(4.2점)의 점수보다 높았다. 소속 정당 또는 향후 소속될 것으로 보이는 정당보다 국정운영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도덕성 평가에서는 이 지사는 5.1점으로 윤 전 총장(4.8점)보다 다소 높았지만, 두 사람 모두 유권자로부터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정당별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각 4.0점에 그쳤다.
두 사람의 이미지를 14개 항목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지사는 능력 면에서 윤 전 총장에 비해 나은 점수를 받았다. 이 지사에 대해 '복지 문제를 잘 다룰 것이다' '경제 살리기를 잘할 것이다'라고 한 응답자는 각각 61.8%, 57.0%였다. 반면 윤 전 총장은 같은 항목에 대해 각각 31.7%, 34.1%에 그쳤다.
국가 지도자의 덕목인 '미래 비전'과 '위기관리 능력' 항목에서도 이 지사는 각각 56.8%, 61.7%를 얻은 데 반해, 윤 전 총장은 38.2%, 43.1%에 그쳤다. 이 지사가 '한국의 당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60.0%였고 윤 전 총장은 43.2%였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복지, 경제 분야 등 정책적 역량 면에서 도지사 경험이 있는 이 지사를 보다 '검증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카리스마'였다. '카리스마가 강하다'는 항목에서 이 지사 63.6%, 윤 전 총장 54.4%를 기록했다. 무상급식, 기본소득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의 정치인들과 논쟁을 피하지 않고 대중이 원하는 '사이다 발언'을 적재적소에 하는 이 지사의 저돌적인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도 국회에 출석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거침없는 답변으로 주목을 받았다.
반면 청렴과 서민 이해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청렴하다' 항목에서 이 지사는 38.2%, 윤 전 총장은 37.7%였다. '나 같은 보통사람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항목에서도 이 지사는 46.1%, 윤 전 총장은 29.5%에 그쳤다.
두 사람이 예측 가능성, 남북관계·국제문제, 애국심 등의 항목에서는 과반을 얻지 못한 것도 같았다. 부정 지수인 오만·독선, 무능 등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공통점이다. 정 전문위원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두 사람의 이미지는 공통점과 대립점이 명확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조사에서 드러난 약점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