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 지도자 가운데 호감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17명의 지도자 중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선 이는 이 지사가 유일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4·7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지사의 뒤를 이었다.
지난달 25~27일 실시한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호감이 가는가'를 물은 결과, 이 지사는 49.0%의 호감도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야를 통틀어 이 지사는 유일하게 호감도(49.0%)가 비호감도(41.5%)보다 높았다. 이 지사에 이어 윤 전 총장과 오 시장이 각각 35.6%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여당 7명, 야당 7명, 아직 정당에 속하지 않은 윤 전 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3명 등 총 17명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했다. 호감도는 득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지율과 달리, 여야 대선주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재적 확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여당 지도자 중에는 문 대통령(38.4%)을 제외하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0.4%), 정세균 전 총리(25.4%),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8.7%)이 뒤를 이었다.
야권에서는 오 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33.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0.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25.3%), 원희룡 제주지사(21.2%) 순이었다. 당적이 없는 3인 중에는 윤 전 총장에 이어 김 전 부총리(24.0%), 최 감사원장(21.3%) 순이었다.
국민의힘이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오 시장과 호감도에서는 동률이었지만, 비호감도에서 49.5%로 오 시장(53.9%)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이 지사가 강세를 보였다. 진보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69.8%가 이 지사에게 호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70.7%)에 이은 것으로, 현 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로부터 유력 대선주자로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이 전 대표(52.3%), 심 의원(50.5%), 정 전 총리(43.3%), 추 전 장관(41.1%) 순이었다.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중도층에서도 이 지사의 호감도는 48.3%로 가장 높았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35.3%)과 오 시장(33.7%)이 뒤를 이었지만 1위인 이 지사와 격차를 보였다.
보수층에선 윤 전 총장(58.9%)과 오 시장(56.9%)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고 안 대표(43.4%), 나 의원(39.7%) 순이었다. 당적이 없는 최 감사원장(39.1%)과 김 전 부총리(35.5%)도 보수층 지지가 중도·진보층에 비해 높았다. 유권자들이 이들을 야권 주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현재는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민주당 이탈층'의 고민도 확인됐다. 민주당 이탈층 중 내년 3월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40.2%로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17.6%)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여야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7.7%가 이 지사에게 호감을 표했다.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지만 강성 친문재인계의 비토 정서가 남아 있는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지사에 이어 심 의원(38.0%), 이 전 대표(30.4%), 윤 전 총장(29.0%), 오 시장(28.6%) 순으로 호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