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아닌 가석방?… 여권·법무부 변화 기류 '솔솔'

입력
2021.06.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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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이 부회장 가석방 가능하다" 발언
법무부도 가석방 심사기준 완화 방침 밝혀  
"특정인 위한 특사·가석방은 안 돼" 비판도

수감 중인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예상했던 특별사면 방식보다는 가석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권과 법무부를 중심으로 가석방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7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가석방으로 (이 부회장) 석방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도 “말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송 대표는 전날 이 부회장 사면 가능성과 관련해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재계의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말하면서 사면 분위기가 고조된 것과는 기류가 조금 바뀐 모양새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법무부 발표를 감안하면, 사면보다는 가석방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 1월 ‘국정농단 뇌물공여 및 횡령’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지금까지 17개월가량 복역했다. 형법상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 부회장을 가석방해도 위법한 건 아니다.

다만 가석방 심사기준과 관련한 법무부 내규에선 형기 대비 복역률(집행률) 65%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 가석방 대상자들의 실제 집행률을 따져보면 현실적으론 80% 안팎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내달부터 가석방 기준 집행률을 60%로 낮추겠다고 밝혀, 이 부회장은 광복절에 완화된 가석방 요건을 갖추게 된다. 최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 부회장을 약식기소하면서 불확실성까지 없어진 상태다.

가석방은 교정기관에서 1차 심사를 거쳐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가석방과 사면 결정에 관여했던 전직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특정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특사보다는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가석방을 통한 석방이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 가석방이 법령이나 절차 위반은 아니더라도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지방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특정인을 위해 가석방 기준을 완화했다는 인상이 짙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