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손배소 1심 각하… 외교부 "日과 합리적 해결 협의 지속"

입력
2021.06.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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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7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법원 1심 판결과 관련, 일본 측과 계속 해결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중한 태도로 한일관계를 관리하면서 항소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 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본 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4부(부장 김양호)는 이에 앞서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해자 손을 들어준 것과 정면 배치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됐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각하 사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당장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힌 데다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기존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정부 입장이 보다 난처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사법부가 정치적 영향에 흔들린 결과로 비쳐 일본 여론이 악화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방어 논리를 잘 세워야 한다. 자칫 한일관계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국내에서도 지지받지 못하는 양자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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