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별도 기구를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군에서 발생한 성추행 및 조직적 회유·축소는 이른바 '병영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전반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군과 관련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부 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개별 사안을 넘어서 종합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기구 설치 시점 및 규모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신설되는 기구에 대한 '민간위원 참여'를 강조했다. 병영문화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빨리 발족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에는 공군 내 성추행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상급자 식판을 하급자가 치우는 관행 등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장교는 장교의 역할, 부사관은 부사관의 역할, 사병은 사병의 역할이 있으므로 그 역할로 구분이 돼야 하는데, 신분처럼 인식되는 면이 있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정부가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해당 법안은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사재판 항소심을 민간인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법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군 장병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군 사법제도 개혁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군 내 성추행 피해자 이모 부사관의 사망 소식이 보도된 이후 총 6차례 걸쳐 관련 언급을 했다. 3일 "엄정한 수사와 조치"를 강조했고,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추념식 직후 이모 부사관 추모소를 직접 찾아서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유족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