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과 스펙 쌓기로 점철된 대학생활 등이 주는 스트레스로 강박장애를 호소하는 20대가 최근 5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환자 증가세가 가팔랐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2015~19년 강박장애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강박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만4,446명에서 3만152명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5.4%씩 증가한 셈이다.
강박장애는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정신장애다. 가장 흔한 유형은 '오염-청결 강박'으로 손 등을 반복적으로 씻는 증상을 나타낸다. 이외에도 문이나 밸브가 잠겼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확인 강박', 물건을 바르게 배열하는 '대칭-정렬 강박' 등이 있다.
우선 진료 인원 수는 2019년 기준 남성이 1만7,368명으로 여성(1만2,785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5년 사이 증가율은 여성이 26%로 남성(21.4%)을 앞질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19년 기준 20대가 28.3%로 가장 많았고, 30대(20.6%), 40대(16.1%)가 뒤를 이었다. 20대 비중은 2015년 25.3%에서 2016년 26.5%, 2017년 26.9%, 2018년 27.4%, 2019년 28.3%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 인원에서도 20대가 122.8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30대(84.8명)의 약 1.5배에 달한다. 여기서도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여성은 인구 10만 명당 강박장애 진료인원이 5년 새 23.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남성 증가율은 19.3%에 그쳤다.
이에 따라 5년 간 강박장애 총진료비 증가율도 여성이 52.7%로 남성(43.4%)보다 높았다. 다만 총진료비 액수로는 2019년 기준 남성이 123억3,700만 원으로, 여성(80억3,700만 원) 대비 약 1.5배 많았다.
강박장애 환자 중 20대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들었다. 이정석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는 막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시기"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학업 및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 환자의 급격한 증가는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통상 부모님들이 아들은 정신과에 데려와도 딸들을 데려오기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박장애는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 외에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일단 질환이 발생하면 저절로 좋아지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바로 치료받아야 한다. 방치했다가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으로 이어져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