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일 연방하원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주(州)의회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CDUㆍ기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총선 전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최종 시험대로 여겨졌던 터라 여권에 분명한 호재다. 그동안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고심하던 기민당은 이번 승리로 부활하며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7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에 따르면 기민당은 전날 동부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37%로 승리했다. 5년 전보다 지지율이 6%포인트나 올랐다. 기민당 소속 라이너 하젤로프 현 주총리는 무난하게 세 번째 임기를 맞이하게 됐다. 반면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녹색당은 이 지역의 보수색이 짙은 탓에 6% 득표에 그쳤다.
2위는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차지했다. 투표 전 기민당과 초접전 양상을 보이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득표율 21%를 기록하는 데 만족했다. 하젤로프 주총리는 “기민당 승리는 극우와의 명확한 구분을 상징한다”고 자평했다.
기민당은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당은 3월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라인란트팔츠주에서 실시된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재집권에 적신호가 켜져 이번 승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보수당이 사실상 재기했다”고 평했다.
물론 주의회 선거 결과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하젤로프 주총리 개인의 인기가 승리의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하면서 지지율이 81%에 육박할 정도로 주민들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또 보수 유권자들이 극우(AfD) 부상을 견제하려 기민당에 표를 몰아줬을 가능성도 크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극우에 대한 두려움이 총선에선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기민당이 상승세를 총선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기민ㆍ기독사회당(CSU) 연합 지지율은 24%로 또 다시 녹색당(25%)에 뒤졌다. 도통 오르지 않는 연합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 대표의 호감도도 불안 요인이다. 최근 작센안할트주 여론조사에서 라셰트 대표 지지율은 18%에 불과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젤로프 주총리는 라셰트 대표의 총리 후보 선출을 반대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그의 승리가 라셰트 대표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