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등 태평양전쟁 후 사형된 A급 전범 7명의 유골이 당시 미군 장교에 의해 바다에 뿌려졌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7일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니혼(日本)대학의 다카자와 히로아키 전임강사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한 미 제8군 작성 문서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A급 전범의 유골 처리 방식이 공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A급 전범 7명이 처형된 1948년 12월 23일과 49년 1월 4일 작성된 두 건의 기밀 해제 문서다. 현장 책임자였던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이 “전쟁 범죄인의 처형과 시체의 최종 처분에 대한 자세한 보고”라며 경위를 기록했다.
문서에 따르면 프라이어슨 소령은 48년 12월 23일 0시에 도쿄 수감소에서 이뤄진 7명의 사형 집행에 입회했다. 시신은 트럭에 실려 제8군이 사령부를 두고 있던 요코하마로 옮겨져 오전에 화장됐다. 화장 후 수습된 유골은 제8군 활주로로 옮겨졌다. 프라이어슨 소령은 “요코하마 동쪽 약 30마일(약 48㎞) 지점까지 연락기로 이동해, 내가 유골을 광범위하게 뿌렸다”고 이 문서에 기록을 남겼다. 다만 이 지점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당시 A급 전범의 유골은 유족에게 반환되지 않아 태평양이나 도쿄만에 뿌려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는데, 이번 문서로 확인됐다. A급 전범의 처형을 입회한 당시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윌리엄 시볼트 외교국장은 저서에서 “지도자들의 묘가 장래에 신성시되지 않도록 유골은 뿌리기로 돼 있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도조 히데키의 손자 도조 히데토시(48)에게 이번 문서 발견 사실을 알리자 “어딘가에 폐기된 것보다는 자연에 돌아간 것이 낫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번 문서를 발견한 다카자와 전임 강사는 B, C급 전범도 처형 후 해상에서 유골이 뿌려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일본의 침략 전쟁을 주도한 지휘부는 A급 전범,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고문과 살인을 한 사람은 B, C급 전범으로 분류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148명도 포로 학대 등의 혐의로 B, C급 전범으로 분류돼 23명이 사형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