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반도체 장비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초호황(슈퍼사이클)에 대비해 대규모 공장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장비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란 계산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반도체 장비 사업 진출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사업 진행이 확정되면 ㈜한화 내에 관련 조직을 준비하는 한편 반도체 장비 전문 인력 채용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화는 반도체 장비 사업 가운데 증착 공정과 관련한 장비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착이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혀 여러 층의 웨이퍼가 쌓여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작업으로, 반도체 칩을 만드는 필수 과정이다.
한화는 이미 기계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내재화한 기술을 반도체 장비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화의 글로벌 부문에선 반도체 증착·세정용 소재 등으로 쓰이는 질산을 이미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 시너지 효과도 사업 검토 배경으로 보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들은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1조 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반도체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면 관련 장비 수요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호황에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33억3,700만 제곱인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9억2,000만 제곱인치)보다 14% 높고, 지난해 4분기(32억 제곱인치)보다 4% 높은 수치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3분기(32억5,500만 제곱인치) 기록도 넘어섰다.
㈜한화의 반도체 장비 사업 진출 추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 대표는 ㈜한화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초기 단계”라며 “진행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고, 구체적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