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태현(25)이 피해자 가족을 가장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모바일메신저(카톡) 내용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는 사건 당일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피해자 가족의 집을 찾아갔고, 스토킹해오던 A씨의 여동생을 살해 후 메시지를 남긴 정황이 포착됐다.
유족 측은 최근 KBS 뉴스를 통해 3월 23일 김씨가 A씨의 여동생을 살해하기 직전까지의 행적을 담은 카톡 내용을 공개했다. 유족 측은 수사를 위해 검찰에 피해자 가족의 유품을 건넸다가 되돌려 받은 여동생의 휴대폰에서 이런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카톡에는 A씨의 여동생이 퀵서비스가 왔다며 언니와 어머니가 있는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오후 5시 43분 여동생은 "집에 뭐 시켰어?"라고 하자 A씨는 "ㄴㄴ(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여동생은 "퀵(서비스)이 왔다는데 니(A씨)꺼 아니지?"라고 재차 물었고, A씨는 "퀵? ㄴㄴ(아니)"라고 대답했다.
여동생은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어머니에게 전화해 퀵서비스를 시킨 적이 있는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퀵서비스를 시킨 적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카톡에 글을 남겨 A씨에게 물었던 것이다.
이후 A씨의 어머니는 오후 5시 46분 "나가봤어?"라고 물었다가 대답이 없자, 약 25분 뒤인 오후 6시 12분 "뭐 왔는데" "뭐 하니"를 연이어 물었다. 그래도 답이 없는 딸에게 오후 6시 20분 "반신욕해?"라고 물어봤다. 5분 뒤 "응"이라는 답이 왔는데, 유족 측은 이 답변을 김씨가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딸의 무미건조한 대답을 이상하게 느낀 어머니가 무려 일곱 차례나 전화를 했고 끝내 딸은 받지 않았다. 유족 측은 김씨가 여동생을 살해한 뒤 살아있는 것처럼 속여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씨는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며 스토킹을 하다 A씨가 살고 있는 노원구 아파트를 찾아가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퀵서비스라고 속여 문을 연 여동생을 살해한 후 차례로 귀가한 어머니와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는 등 김씨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된 범행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김씨 측은 1일 열린 첫 재판에서 "A씨 외에 여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태연하게 피해자 핸드폰으로 그다음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전혀 이상한 조짐 모르게 답장까지 보내고, 이거(우발적 살인)는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4월 구속기소된 김씨의 2차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