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과 친정권 검사들

입력
2021.06.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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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4일 검찰 간부 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은 내친 반면, ‘친정권 성향’ 검사들은 요직에 배치하거나 승진시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이런 인사 기조를 유지했으니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정치판으로 변한 검찰 조직의 현실을 재차 확인한 씁쓸한 모습이었다. 당사자들은 그렇게 분류되면 불이익 본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그동안 실력에 비해 꽃길을 걸었던 자신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윤석열 사단’과 ‘친정권 검사’라는 말은 이제 검찰을 욕할 때 튀어나오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검찰 인사 때마다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한때는 공직사회에서 가장 부러워할 만한 인사 시스템을 갖췄다고 칭송받았던 적이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고위공직자들이 물갈이되는 다른 부처와 달리, 비교적 일관된 기준으로 인사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형사 기획 공안 특수 지방검사 비율을 적절히 안배해 균형을 맞췄고, 지역과 사법연수원 기수까지 감안해 돌출 인사가 적었다.

그러나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 보듯이,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피고인이 돼버린 검찰 간부를 징계는커녕 오히려 승진시키고, 친정권 성향으로 지목된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요직에 배치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왜곡된 검찰 인사는 현 정부가 아니라, 이제는 대권 후보가 돼버린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시작됐다. 2019년 7월 윤석열이 총장으로 등극하자, 청와대에선 적폐수사의 성공적 마무리에 대한 보상으로 그에게 ‘백지수표’를 제시했다. 웬만하면 모두 들어줄 테니 원하는 대로 인사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윤 총장은 검사장 승진자 14명 가운데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라인 검사들을 절반 이상 포함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대검 핵심 보직에 측근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기획통이 있어야 할 자리에도 특수통을, 공안통이 있어야 할 자리에도 특수통을 앉혔다. 전국의 중요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1ㆍ2ㆍ3차장에도 자신과 동고동락하며 수족 역할을 했던 특수부 검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단번에 ‘윤석열 사조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당시 윤석열의 대중적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음에도, 검찰 내부에선 그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한민국에 특수부 검사만 있느냐’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편가르기의 씨앗이 된 ‘친윤 vs 반윤’ 구도까지 만들어졌다. 인사 혜택을 받은 일부 특수부 검사들을 제외하면, 당시 상당수 검사들은 윤 총장에게 등을 돌렸다. 추미애 전 장관의 무리수와 막무가내만 없었다면, 윤 전 총장은 아마 검찰 내부에서 신뢰를 잃고 ‘식물총장’으로 임기를 마쳤을지도 모른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인사권도 행사 못하는 식물총장’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지만, 검찰을 '사조직'으로 만들어버린 모습을 떠올리면 그가 인사권에 집착하는 이유가 짐작된다. ‘윤석열 사단’으로 지목된 검사들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벗어난 적이 없던 출세가도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한탄하지 말고, 과거 자신이 영전했던 그 과정이 정당했는지 말이다. 친정권 성향으로 낙인찍힌 검사들도 지금 그 자리에 오기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세상에 당신들보다 훌륭한 검사는 넘쳐난다. 윤석열 사단과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지 않았을 뿐이다.


강철원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