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억울한 죽음' 사과, 병영 폐습 바로잡아야

입력
2021.06.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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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최근 군 내 부실 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을 염두에 두고 잘못된 병영문화 전반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 후에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모 부사관 추모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고, 동행한 서욱 국방 장관에게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군참모총장이 4일 사퇴했으나 고위 지휘관 몇 명이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될 사안이 전혀 아니다. 피해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아무런 제도적, 인적 도움을 받지 못한 부분이나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까지 시도된 정황은 군의 인권 의식이 근본적으로 고장나 있는 것을 시사한다. 지휘관들의 시대착오적 인식,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 등 짚어야 할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

군 병사들이 계속 폭로하는 부실 급식 문제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인권이란 보편적 차원에서 군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간 군의 특수성을 이유로 민간과는 다른 기준들이 적용되다 보니 인권 침해적인 잘못된 관행이 묵인되는 등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크다. 공정 담론이 시대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군이 특수성을 내세워 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군 인권보호관 설치 법안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실제 시대에 뒤처진 병영 문화가 지속되면 젊은 세대 누가 군 복무를 받아들이겠는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비상한 인식을 갖고 병영문화와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