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인센티브 첫 주말 나들이 인파… 느슨해진 방역 우려

입력
2021.06.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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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한강공원 등 나들이 명소에 시민 붐벼
곳곳서 노 마스크…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도
부산 해변공원도 노래·술판 "안심할 단계 아냐"

"돗자리 깔 데도 없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단계 인센티브가 시행된 뒤 첫 주말.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나들이 명소는 시민들로 붐볐다. 특히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유독 많았다. 정부는 이달부터 1차 접종자와 접종 완료자는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했다. 일부 해수욕장이 조기 개장하는 데 맞춰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조정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거리가 먼 풍경도 연출됐다.

공원 등 가족 단위 나들이객 붐벼

토요일인 5일 서울의 주요 야외공원 나무 그늘 밑에는 어김없이 돗자리가 빼곡했다.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만난 김모(42)씨는 "부모님이 백신 접종을 해 여럿이 모이게 됐다"며 "오랜만에 외출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가족 3대가 함께 왔다는 김씨 일행은 모두 11명이었다.

같은 날 오후 성동구 서울숲은 주차장 진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나들이 인파가 몰렸다. 해가 저물기 직전인 오후 5시에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이 수십 미터가량 길게 늘어섰을 정도였다. 서울숲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1만8,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집합금지 어기고 노 마스크… 방역 적신호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5일 오전 발표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44명에 달했다. 서울은 149일 만에 가장 많은 277명을 기록했지만,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거나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기고 여러 명이 모이는 등 방역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숲 한쪽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하던 박모(23)씨는 "실내보다 야외는 안전할 것 같아 공원으로 나왔다"며 "다들 각자 조심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긴 경우도 있었다. 각자 자녀를 데리고 엄마들과 모인 이모(38)씨는 "아이들이 유치원 친구인데,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정말 오랜만에 밖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8명의 일행 중 백신 접종자는 단 1명도 없었다.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6, 7명이 무리 지어 노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잠실 한강공원에도 돗자리와 텐트가 즐비했다. 식사 중이 아닌데도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이 많았고, 이른바 '턱스크족' '코스크족'도 눈에 띄었다. 공원 한쪽에 놓인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하기 위해 거리두기 없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전문가들 "접종률 아직 낮아… 방역 완화 경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내리고 첫 주말을 맞은 부산에서도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도 젊은층이 즐겨 찾는 광안리해수욕장 근처 민락수변공원은 술집 문이 닫히는 오후 11시를 넘어서자 밀려드는 인파로 입구에 100미터가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공원 내부는 무질서 상황이 지속됐다. 술기운이 오른 입장객들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소리를 질렀고, 5인 이상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 보기 어려웠다. 현장엔 방역 수칙 준수와 흡연 금지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따른 느슨해진 방역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환자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수준의 접종률이 아니어서 방역이 완화되면 곤란하다"며 "특히 마스크는 접종을 했더라도 착용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부산= 목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