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합의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큰 정부’ 구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미 주요 기업의 조세피난처 이탈을 막을 이번 합의로 증세를 통해 6조 달러(약 6,700조 원) 규모 슈퍼 예산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공화당과 민주당 일각의 반대로 일부 증세 계획에선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영국 등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5일(현지시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최소 15%로 정하는 데 합의했다. 수익성 높은 다국적 대기업의 이익 중 일부는 사업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하도록 하는 기준도 명확히 했다.
이번 조처는 이익률이 최소 10%를 넘는 대기업을 타깃으로 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번 결정은 특히 IT 대기업들이 전염병으로 큰 타격을 받은 정부 재정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유럽이 추진하던 ‘디지털세’를 수용하면서 이들로부터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 양보를 받아냈다. 다국적기업이 미국보다 세금이 낮은 곳에 본사를 두는 식으로 과세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향후 10년간 3조6,000억 달러(4,000조 원)를 증세해 사회기반시설(인프라)과 교육ㆍ복지 등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의 기반이기도 하다.
앞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은 세금을 적게 내려는 대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떠나는 동기를 줄인다”며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정치구도상 급격한 증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WP는 3일 바이든 대통령이 최고 법인세율 28% 상향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같은 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믿음에 흔들림이 없다”고 했지만 공화당 설득 카드로 법인세 인상을 포기할 가능성이 생겼다.
대신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도입할 경우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던 미국 주요 기업이 과세 대상으로 들어올 수 있다. 법인세 인상 포기로 인한 손해를 상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 경제매체 포춘 선정 500대 대기업 중 연방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은 55곳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