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A매치…경기는 만점, 관람수칙 준수는 낙제점

입력
2021.06.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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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랜만에 국내 팬들을 만난 태극전사들이 화끈한 골 잔치를 펼치며 기다림에 보답했다. 주장 손흥민(29)을 앞세운 축구대표팀은 탄탄한 경기력으로 무려 5골을 쏟아내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성큼 다가섰지다. 다만 A매치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국내서 열린 탓인지 허술했던 관람객 방역수칙은 아쉬움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52)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5-0 완승을 거뒀다. 황의조(29)의 두 골에 남태희(30) 김영권(31) 권창훈(27)의 득점까지 터지면서 지난 4월 일본과 원정 평가전 0-3 패배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한국은 3승 1무(승점 10·골 득실+15)를 기록, 이날 스리랑카(승점 0·5패)를 3-2로 꺾은 레바논(승점 10·골 득실+5)과 승점이 같지만 골 득실에서 크게 앞서며 조 1위 자리를 지켰다.

팬들 "반갑다 A매치"… 벤투호 골 폭풍 '화답'


약 1년 6개월 만에 A매치 직관 기회를 얻은 팬들에게 이날 승리는 기대 이상의 선물이었다. 경기 수원시에서 이 곳을 찾은 최민우(27)씨는 “코로나19로 전체 수용인원의 10%만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오랜만에 A매치를 찾을 수 있어 기분 좋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가득 찬 경기장에서 함성을 외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 0-3으로 졌으니 이번엔 3-0으로 이겨줬으면 좋겠다”던 바람도 이뤘다.

입장 관중수가 적은 만큼 대부분 ‘예매 전쟁’을 치러 이 곳을 찾았다. 입장권은 예매 시작 30분 만에 모두 팔렸을 만큼 관심이 대단했다. 손흥민 이름이 적힌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용인시에서 대중 교통으로 2시간 이상 달려 이 곳을 찾은 팬 이주원(21)씨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예매 전쟁’에 도전했는데 나만 성공했다”며 “손흥민 선수를 그간 TV로만 보다가 드디어 ‘영접’ 할 수 있어 너무너무 기쁘다”고 했다.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팬들 앞에 선 것은 2019년 10월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2차 예선 이후 20개월 만이다.

어렵게 유치한 대회인데... 무너진 관람 수칙

모처럼 팬들의 ‘직관’ 갈증을 풀어낸 경기였지만 곳곳에서 관람 수칙을 어긴 사례들이 이어졌다. 입장시부터 경기 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관중들의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고, 선수 입장 때와 득점, 경기 종료 땐 ‘육성 응원 자제’ 관람 수칙이 무색해졌다. 경기 종료 후엔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장 쪽 난간으로 몰려들면서 거리 두기는 또 한 차례 무너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가 돼서야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안내 방송을 했을 뿐, 경기 시작 전과 경기 도중엔 별다른 주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오랜만에 보다 보니 팬들의 반가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며 “경기를 마친 뒤 조직위원회 차원에서도 관람수칙과 관련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2차 예선을)정부로부터 어렵게 협조 받아 개최했기 때문에 남은 두 경기에서 방역수칙 준수에 대해 더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9일 스리랑카, 13일 레바논과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치른다.

고양=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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