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톈안먼 시위 상징 '탱크맨' 검열 논란

입력
2021.06.05 17:51
미국과 유럽 일대에서 탱크맨 검색 제한
MS "우발적인 단순 실수"라고 해명
다른 속내 있는 것 아니냔 의심의 눈초리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Bing)'에서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의 상징인 '탱크맨'의 검색 결과가 제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MS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톈안먼 민주화시위 32주년 당일에 발생한 사건이라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톈안먼 32주년인 4일 빙에서 탱크맨의 검색 결과가 제한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물론 미국과 독일, 싱가포르,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탱크맨을 검색하면 아무런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 MS 검색 결과를 사용하는 검색엔진 '덕덕고(DuckDuckGo)'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가디언은 빙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검열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탱크맨은 톈안먼 시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이름 모를 한 남성이다. 1989년 6월 5일 시위대 유혈 진압을 위해 톈안먼 광장으로 탱크가 진입하자, 홀로 이에 맞서며탱크 앞을 가로막았다. 외신이 이 상황을 포착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이후 그는 탱크맨으로 불리며 시위의 상징이 돼 매년 톈안먼 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회고됐다.

MS는 검색 제한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MS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발적인 사람의 실수 때문"이라며 "일종의 버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톈안먼 기념일을 맞아 발생한 일이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도 적지 않다. 그동안 미국 IT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빙은 2010년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 몇 안되는 중국의 대형 외국 검색엔진으로 활약했다. 다만 당시 MS는 달라이 라마, 톈안먼, 파룬궁 등 중국 정부가 요구한 일부 용어를 검색 결과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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