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럼프 계정 2년간 정지"

입력
2021.06.05 10:31
2023년 1월에 전문가들이 복귀 여부 결정 
페북으로 1월 의사당 난입 선동한 데 따른 조치 
내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SNS 활용 어려울 듯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2년 동안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올 1월 의사당 난입 사건을 부추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는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주요 SNS 채널로 지지자와 소통하기 어려워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에 부과된 사용 정지 조치를 최소한 2년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023년 1월이 되어야 페이스북에 복귀할 자격을 얻게 되고, 사용 재개는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복귀 후 추가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할 경우 가중 제재로 계정 영구정지까지 받을 수 있다. 닉 클레그 페이스북 부사장은 "우리는 그의 행동이 페이스북 규정의 심각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은 올 1월부터 차단됐다. 트럼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이것이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이어진 게 계기였다. 페이스북은 트럼프가 게시물을 통해 공공의 안전을 위협했다며 1월 정지 조치를 내렸는데, 이번에 이 조치를 최소한 2년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정지 조치에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번 결정을 "2020 대선에서 우리에게 투표한 7,500만명의 사람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했다. 페이스북이 자신과 다른 이들을 검열하고 침묵하도록 해선 안된다며, 궁극적으론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번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소셜미디어 기업은 온라인 상의 거짓 정보에 마땅히 대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같은날 열린 브리핑에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그것은 그 기업이 내려야 할 결정이며 모든 플랫폼이 내려야 할 결정"이라며 "모든 플랫폼이 허위정보와 거짓 정보를 단속하기 위한 책임을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주류 SNS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용했던 트위터는 지난 1월 이미 그의 계정을 영구정지했고, 페이스북의 재사용 가능성도 2023년에나 열린다. 대안으로 트럼프는 지난달 4일 '도널드 트럼프의 책상에서'란 블로그를 개설했으나 별 인기를 끌지 못하자 한 달 만에 영구폐쇄했다.

데이비드 케이 전 유엔 표현의 자유 감시원은 "페이스북의 결정으로 전 세계 지도자들의 발언이 더 많이 검증 받게 될 것"이라며 "펙트체크에 익숙지 않은 지도자는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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