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선거의 신스틸러 김종인...누가 떠난 그를 불러내나

입력
2021.06.05 16:00
나경원 "이준석 되면 김종인 상왕정치 보게 될 것"
이준석 "김종인 영입?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가장 젊은 후보 될 것" 이준석에 힘 실은 김종인
과거 러브콜 보냈던 윤석열 향한 '거리 두기'도

4·7 재·보선 직후 국민의힘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이 또다시 불리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경쟁이 뜨거워지고 유력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굵직한 이슈에 대한 그의 메시지가 전파되며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

포문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나경원 후보가 열었다. 나 후보는 4일 KBS라디오에서 경쟁자인 이준석 후보의 뒤에 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있다면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상왕정치를 보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당대표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겠다'는 이 후보의 최근 발언을 겨냥해 경험이 모자라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 경륜이 부족한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결국 김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당내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나 후보는 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서 계속 이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의힘과의 통합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두 번이나 냈다"며 "이 후보가 이끄는 당은 굉장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주호영 후보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무선되면 그 책임의 대부분을 이준석 후보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합당을 어렵게 하는 기분 나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아주 잘못"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후보자를 공격하기 위해 이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 사이의 악연까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김종인 다시 모실 것"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김종인·이준석 두 사람 사이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두 사람은 2012년 새누리당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존경한다고 밝혔고,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도 "(다시 모셔올) 가능성을 배제할 생각이 없다"고 호의를 나타냈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보여준 선거 역량은 저희가 대통령 선거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며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3일 TBS라디오 이승원의 명랑시사에 출연해서도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속된 말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되는 상황"이라며 "김 전 위원장은 충분히 선거전략가로서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분"이라며 영입 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이어 "어떤 식으로든 우리 당의 예선 과정에 참여해 주실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도 이 후보의 말에 적극 화답하는 모양새다. 그는 같은 날 대구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현 추세대로 가면 가장 젊은 후보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면서 "신진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 당이 돼야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런 발언은 무엇보다 국민의함 당권주자들이 대구에 집결한 상황에서 나와 더 눈길을 끌었다.

다시 주목받는 김종인의 입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김 전 위원장의 메시지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을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도 지향적인 앙마르슈를 만들어 대선에 승리한 후 기존 공화당과 사민당을 포섭, 다수당을 구성한 '마크롱 모델'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제3지대 대신 국민의힘 입당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서 최근에는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100% 확신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자가 있으면 전적으로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과거 윤 전 총장을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치켜올렸다면 최근에는 "별의 순간은 아무 때나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정반대 취지의 평가를 내놓으며 선을 그었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