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들도 "창작 생태계 뒤흔들 것" 성명… 구글 '인앱결제' 반발 확산

입력
2021.06.04 15:20

한국의 웹툰·웹소설 창작자들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두고 "구글의 갑질"이라는 성명을 내며 반발하고 나섰다. 막 꽃 피우기 시작한 'K콘텐츠' 산업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시행으로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구글 결제시스템을 둘러싼 반발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창작자 잇딴 반대성명 이유는?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에 이어 한국웹소설산업협회는 4일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의 웹툰·웹소설 산업은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창작자, 콘텐츠사업자, 플랫폼이 함께 피땀 흘려 일궈온 텃밭"이라며 "구글 인앱결제가 의무화되면 창작자가 타격 입는 것은 물론, 국내 창작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앱결제는 구글이나 애플이 개발한 자체 결제시스템을 일컫는다. 구글·애플의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 개발사에게 반드시 이들 결제시스템만 이용하게 한 것이다. 앞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모든 앱을 대상으로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새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2018년 기준)은 구글(63.1%)이 압도적 1위로 애플(24.6%), 원스토어(11%)를 훨씬 앞지른다. K웹툰·웹소설 플랫폼 역시 구글 앱마켓 의존도가 크다.

창작자들은 수수료 인상에 따른 피해를 창작자가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콘텐츠사업자들이 구글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비용을 메우기 위해 콘텐츠 이용료를 배 이상 인상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결국 독자 이탈과 함께 콘텐츠 불법 유통이 활개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게 창작자의 우려다.

구글의 수수료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 모바일앱·콘텐츠 기업이 연간 추가로 내야 할 수수료가 3,500여억 원에 이를 것이란 조사 결과(모바일산업연합회)도 나왔다.

방치된 '구글 갑질 방지법'… 업계는 답답

웹툰·웹소설 창작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앱마켓 사용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아직 법안소위 단계도 넘지 못해 사실상 10월 이전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국내 대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사업자는 자체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면서 구글에 10~20% 수준의 수수료를 냈는데, 10월부턴 구글에 내야 할 수수료가 확 올라간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 경쟁당국도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이 반독점 규정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인앱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요금 감면까지 내걸며 구글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며 "국회가 더는 방관하지 말고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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