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네타냐후 블록’의 연립정부 협상 타결로 실각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가 반격에 나섰다. 좌우로 넓은 연정의 이념 스펙트럼을 무시하고 ‘좌파 정권’ 낙인을 찍어 우파 의원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식이다. 연정 의석 수가 넉넉지 않아 확정이 늦춰지게끔 시간을 끌수록 네타냐후에게 유리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현지시간) 자기 트위터에 “우파 유권자들의 표로 선출된 의원들은 위험한 좌익 정부를 반대해야 한다”고 썼다. 새 연정 설립을 저지해 달라고 우파 의원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신임 투표 시한(14일)까지는 열흘가량 남았다.
이런 행보는 연정에 위협적이다. 일단 좌파와 중도, 극우, 아랍계까지 참여 정당의 이념색이 워낙 다양해 균열 여지가 크다. 게다가 연정 구성 요건인 의석 수 과반(61석)을 간신히 맞춘 터라, 한 정당만 탈퇴해도 연정 자체가 무너진다. 그럴 경우 신임 투표 표결 대상도 되지 못한다. 표결까지 연정이 유지되는 한 희박하기는 하지만 부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찬성이 절반을 넘지 못하면 신임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다.
네타냐후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현재 수뢰와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권좌에서 물러나는 순간 면책권 방어막이 사라진다. 핵심 타깃은 극우 정당인 ‘야미나’다. 실제 이날 수백 명의 네타냐후 지지자들이 야미나 소속 의원 닐 오브라흐와 아일렛 새이크의 집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며 “좌파 연정을 탈퇴하라”고 외쳤다.
연정은 의회를 상대로 마지막 관문인 신임 투표를 재촉하고 있다. 일정이 지연될수록 네타냐후가 우파 의원들을 설득할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시간은 연정의 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 일정 결정 권한을 가진 야리브 레빈 의장이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이어서다. NYT는 “레빈 의장이 의회 절차를 통해 신임 투표를 14일까지 미룰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연정의 카드는 의장 교체다. ‘라암’과 달리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아랍계 정당 ‘조인트리스트’(6석)도 의장 교체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양날의 검이다. 리쿠드당은 “아랍 정당과의 협력은 연정이 좌파 정부라는 증거”라며 이런 동향을 견제 수단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