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평소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총리관저에 내각 각료나 자민당 간부를 불러 현안을 논의한다. 주로 점심 자리를 마련하는데 메뉴는 소바(메밀국수)를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관저 직원이 "질리지도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일 소바를 먹는다”고 말할 정도다. 장어구이나 정식 요리로 상대를 배려할 만도 한데 가격이 비싼 메뉴를 마다하고 소박한 메밀국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마이니치신문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스가 총리가 젊었을 때부터 유독 메밀국수를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원 비서로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아라. 점심은 빨리 끝내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메밀국수는 차가워서 빨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에서 가장 바쁜 관방장관 시절이야말로 점심식사 시간은 5분 이내로 단축했다는 것이다. 윗사람이 밥을 빨리 먹으면 어떻게 될까. 당시 수행하는 비서관들이 더 빨리 먹기 위해 메밀국수를 흡입하다시피 하는 광경이 종종 눈에 띄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습관은 총리가 된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녁 회식을 삼가게 된 후 스가 총리는 점심 시간에 관료나 자민당 간부를 자주 초대하고 있다. 총리 주변 관계자들은 이들과의 점심에도 메뉴가 항상 메밀국수라며, 단시간에 먹고 “상대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장관들 다수는 바쁜 총리와 얘기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환영하지만, “관저에서까지 소바를 먹어야 하느냐”(자민당 간부)는 불만도 나온다. 식사 자체가 서로를 깊이 알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행위인데, 식사는 짧게 끝내고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는 스가 총리의 스타일이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