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대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4만 회분을 제공한다. 대만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불렸지만 5월 중순부터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백신 124만 회분을 이날 중 항공편으로 발송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제공하는 것이다. 전날 모테기 장관은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 대만에 백신 제공과 관련, “7월 이후에는 (대만에서) 생산 체제가 꽤 정비된다”며 “당장 긴급한 수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의 대만 백신 제공이 물밑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측근 인사들이 움직인 결과라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셰창팅(謝長廷) 주일 대만 경제문화처 대표와 조셉 영 일본 주재 미국 임시 대리대사 등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 소노우라 겐타로(薗浦健太郎) 전 총리보좌관이 초청받았다. 소노우라 전 보좌관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일본 내 접종 보류와 대만 제공 검토를 시사하자 참석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이후 아베 전 총리에게 보고하자 “바로 하자”며 응했다는 것이다. 마침 일본 정부도 대만 측으로부터 복수의 외교 통로를 통해 100만 회분 정도의 백신을 융통할 수 없겠느냐는 타진을 받아, 물밑에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유재산인 백신 양도는 재무성의 승인이 필요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에게 보고한 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승낙을 얻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무성은 당초 코백스를 통한 제공을 검토했으나 아베 전 총리 등이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반대해 수량은 적더라도 직접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일본은 대만에 대한 백신 제공과 관련해 큰 지진이나,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직후 마스크 부족 사태 때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국을 의식한 면도 있다. 앞서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독일 회사와 백신 계약을 추진하다 중국의 간섭으로 좌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부정하면서도 일본의 백신 제공 움직임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가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