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보험사와 가입자가 다투고 있는 '즉시연금 소송'에서 교보생명이 3대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패소했다. 생보업계는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과 가입자 간 소송도 교보생명과 같은 판단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재판부(판사 유영일)는 즉시연금 가입자 4명이 교보생명을 향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연금월액 일부가 만기환급금을 위해 공제된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사는 가입자에 덜 준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시연금 공동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형주 변호사는 "즉시연금 분쟁은 넓은 의미에서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며 "보험사는 약관에 기재된 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보험사에 맡기면 곧바로 연금 형태로 보험금을 매달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계약 당시 제시한 약관에서 정한 만큼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결국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라, '보험사가 미지급 보험금을 가입자에 지급하라'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보험사가 금감원 결론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 명에 최대 1조 원 규모다.
그동안 즉시연금 소송에서 보험사 성적은 좋지 않았다. 교보생명과 약관이 비슷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은 이미 1심에서 패소했다. 이 세 곳과 약관이 다른 NH농협생명만 유일하게 가입자를 상대로 이겼다.
3대 생보사 중에선 처음으로 가입자 측에 패배한 교보생명은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과 마찬가지로 항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판결 결과를 상세히 살펴보고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오는 8월 1심 재판 결과가 예상되는 삼성생명과 가입자 간 즉시연금 소송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에 따른 분쟁 규모가 4,300억 원으로 관련 보험사 중 가장 많다. 교보생명과 또 다른 3대 생보사인 한화생명은 각각 700억 원, 850억 원으로 삼성생명보단 분쟁 규모가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