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검증 시험대에 선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접촉하며 몸을 풀자, 여권은 윤 전 총장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고리로 의혹 제기를 시작했다. '가족 검증'이라는 대선 주자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시작된 셈이다.
시선을 붙드는 건 윤 전 총장의 즉각적인 반응이다. 올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철저히 잠행해온 그는 곧바로 '대응 사격'에 나섰다. 3일 측근 명의의 입장문에서 "도를 넘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가족을 건드리면 참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정치적 자산인 '공정과 정의' 브랜드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기 가족의 불공정 논란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의 앞에 성역은 없다'는 윤 전 총장의 소신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이자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를 변호 중인 손경식 변호사는 3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최씨의 공판이 종료됐고, 재판부의 판단이 임박했음에도 일부 정치인들의 도 넘은 언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재판에서) 충분히 가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사건의 구체적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비방을 퍼붓는 사회의 일부 세력은 오해라고 선해해 넘어갈 수 있지만, 재판 제도의 가치를 잘 알고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마저 도를 넘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 출신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겨눈 것이다. 송 대표는 전날 '조국 사태'를 사과하면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 기준이 윤 전 총장의 가족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가족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가족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손 변호사는 “그것은 우리가 할 얘기다. 수사 중인 상황만 계속 무한정 끌어 프레임을 씌우는 게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이 벌이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 “재판 제도 및 재판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장모는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줄 사람이 아니다"라고 엄호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권은 윤 총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은 죄질이 나쁜 사건"이라며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고 발언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고,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라고 꼬집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페이스북에 "공정과 상식을 운운하는 공직자라면 아무리 장모라도 비호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