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도 '군부 퇴진' 한목소리... 미얀마 청소년 90% 등교 거부

입력
2021.06.03 17:40
중앙 공무원·군인 자녀들만 등교

미얀마 학생들이 쿠데타 군부의 등교 지시를 거부했다. 어린 학생들을 미끼 삼아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과시하려던 군부에 제대로 한방 먹인 것이다. 관영매체의 허위 선전전이 기승을 부리지만 학생들도 어른들처럼 반(反)군부 시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얀마 교원연맹(MTF)은 3일 “1일 문을 연 전국 초ㆍ중ㆍ고 각급 학교의 수업등록 현황을 집계한 결과 920여만명 중 100만명만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개교 및 학사 등록을 지속적으로 강권했지만 전체 학생의 10%도 안되는 인원만 호응한 셈이다. 현지에선 등록 신청만 한 가정이 많아 실제 등교한 학생은 50만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사 일정을 진행한 곳도 중앙부처 공무원 및 군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전부다. 만달레이의 한 고교는 전날 등교자 32명 중 28명이 군인 가족 자녀로 확인됐다. 현재 군부는 학교 정문 앞에 경계 병력을 배치하는 등 친(親)군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군 관사에서 출발하는 등교 버스에 호위 병력이 대동하고, 수업 중에도 학교 주변 순찰이 이뤄진다고 한다.

등교를 거부한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군부 퇴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가잉주(州) 학생들은 피를 형상화한 붉은색 페인트를 뿌린 교복을 학교 정문 앞에 걸어 놨다. 만달레이 학생들은 군병력 초소 근처에서 “군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외치는 등 게릴라 시위를 하고 있다. 또 전날 마궤주 마웅 마을에선 초등학교 학생들마저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노림수가 수포로 돌아가자 군부는 거짓 선전전에만 혈안이다. 이날 군부 매체들은 “전국의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을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사진에 등장한 수업 내용이 학기말 과정으로 확인됐고, 다닥다닥 붙어 수업을 받는 등 조작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미얀마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학생들을 2미터 가량 떨어트린 뒤 수업을 하고 있다.

미얀마 사회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중재 노력도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쿠데타 군부를 향해 아세안과의 대화를 촉구했으나 지도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