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공방이 이탈리아로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를 지목해 “코로나 기원을 90일간 재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WHO는 보란 듯 중국의 주장대로 전선을 이탈리아로 넓혔다.
앞서 이탈리아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공식적으로 지난해 2월 20일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도뇨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집단감염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두 달가량 앞서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1번 환자’가 발견된 건 1월 1일이다. 2월로 접어들어 확연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사태가 커졌을 뿐이다. 2019년부터 감염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 16개 연구센터는 코로나19 감염자 5,830명을 공동 조사해 내린 이 같은 결과를 지난해 3월 미국 코넬대 논문 플랫폼(arXiv)에 실었다.
밀라노 국립암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논문을 보면 시기가 더 앞선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2019년 9월~2020년 3월 폐암 검사 959명 중 111명의 혈액 샘플에서 코로나 항체가 검출됐다. 이 중 대부분은 롬바르디아 출신이다. 중국에서 2019년 12월 코로나 첫 감염사례가 보고된 것에 비춰 이탈리아의 발병이 중국과 연관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후 이탈리아는 유럽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됐다.
주세페 레무치 이탈리아 약학연구소장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미 공영라디오방송(NPR) 인터뷰에서 “2019년 12월, 심지어 11월에 유독 노인들에게서 발병한 아주 특이하고 증세가 심각한 폐렴을 본 적이 있다”는 의사들의 말을 전했다. 이어 “이는 적어도 우리가 중국에서 (전염병) 집단 발병을 알기 전에 롬바르디아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세계 최초의 코로나 집단 발병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 화난수산시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탈리아의 항체 검출만으로 코로나19 확산과 연결하는 건 무리다. 다만 지난 2월 현장조사를 벌인 WHO가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우한 수산시장은 코로나 최초 발원지가 아니다”라고 면죄부를 주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유탄을 가장 먼저 이탈리아가 맞은 셈이다. WHO는 “이탈리아의 초기 감염 샘플을 다시 검사하기 위해 논문을 발표한 현지 연구진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