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금성은 왜 ‘불지옥’이 됐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이 금성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두 가지 새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성 탐사는 1989년 ‘마젤란 탐사선’ 이후 30여년 만이다. 지표 기온이 무려 459도에 달하는 온실효과의 표본 금성이 지구와 다른 길을 걸은 비밀이 풀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나사는 2일(현지시간) 태양계 탐사임무 기획 공모전인 ‘디스커버리 프로그램’ 수상작으로 금성의 대기조성을 파악하는 ‘다빈치+’와 금성 지형을 살피는 ‘베리타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프로젝트에는 각각 5억달러(약 5,570억원)가 지원되며 2028~2030년 착수 예정이라고 나사는 설명했다.
다빈치+는 금성의 대기 구성을 측정해 행성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바다의 존재 여부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금성 대기를 통과하는 구체를 보내 가스 조성 및 기타 요소를 정밀 측정할 계획이다. 실험이 성공하면 금성의 온실효과가 왜 지구에 비해 강력한지 이유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에는 지구의 대륙과 비교되는 금성의 지각 구조 ‘테세래(tesserae)’의 첫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금성에 지구와 비슷한 판 구조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차원이다.
베리타스는 레이더를 이용해 금성의 3차원 지형도를 만들고 지진과 화산활동 발생 정도를 확인한다. 활화산들이 대기로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지, 지표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탐지해 어떤 암석이 존재하는지 등이 연구 대상이다.
나사의 금성 탐사는 1989년 마젤란 탐사선이 마지막이었다. 마젤란은 발사 1년 뒤 금성 궤도에 진입해 4년간 운용됐다. 미국의 금성 대기 탐사도 1978년 이후 끊겼다. 미국은 대신 탐사로버 5대, 궤도선 4대, 착륙선 2대를 투입해 화상 탐사에 공을 들였다. 토머스 쥐르비헨 나사 부국장은 “우리는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어떻게 ‘온실’이 됐는지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