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 내린 '네타냐후 시대'… 이스라엘 앞날은?

입력
2021.06.0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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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중도·좌파·아랍계 포괄 '무지개 연정'
실각 위기 네타냐후, 연정 무산 시도할 듯

영원한 권력은 없다. 숱한 위기에도 15년간 장기 집권해 ‘불사조’라 불린 이스라엘 철권 통치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 권좌에서 내려온다. 올 3월 총선에서 의석을 차지한 13개 정당 중 8곳이 ‘정권 교체’ 기치 아래 똘똘 뭉치면서다. ‘반(反)네타냐후’ 말고는 공통점이 없는 ‘허약한 연대’라 계속 순항할지 알 수 없지만,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는 상당한 지각 변동이다.

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원내 제2당인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17석)를 중심으로 중도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노동당’(7석), 극우 ‘야미나’(7석 중 6석 참여), 우파 ‘뉴 호프’(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 ‘메레츠’(6석), 아랍계 ‘라암’(4석) 등 8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 전체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아슬아슬한 과반인 61석이다.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차기 정부는 반대편에 선 사람들도 존중하면서 이스라엘 사회를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정이 의회 비준을 받으면 12년 만의 정권 교체다. 1996년부터 3년간 첫 임기를 마치고 2009년 재집권해 12년 2개월간 재임하며 총 15년 2개월 동안 집권한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의 시대도 막을 내린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초고속 백신 접종 성과도 소용없었다.

각 정당이 극적 합의에 이른 건 연정 구성 마감 시한인 2일 자정을 38분 남겨놓고서였다. 극우부터 중도, 좌파, 아랍계까지 아우르는 ‘무지개 연정’의 탄생이었다. 특히 아랍계 정당의 연정 참여는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AP통신은 “라암이 아랍계 도시에 대한 92억달러 경제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새 연정을 이끌 총리직은 사전 합의에 따라 첫 2년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나머지 2년은 라피드 대표가 맡는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정치 이념이 워낙 다양해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는 초대형 변수다. 우익과 아랍계 정당 간 갈등이 불거지면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특공대 출신인 베네트 대표는 과거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민 조직을 이끌었고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해 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새 연정은 논쟁적 의제를 피하고 경제와 기반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도 “우익 정당의 이념 지향과 좌파 정당의 개혁 정책이 충돌하면 언제든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우익 정당들은 좌파ㆍ아랍계 정당과의 연정이 싫은 지지자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의원 1명이 연정 불참을 선언한 야미나에서는 추가로 2, 3명이 이탈을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탈자가 한 명만 나와도 연정은 붕괴한다.

네타냐후 총리도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 않다. 재판 중인 뇌물, 사기, 배임 혐의 관련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총리직 사수가 절박하다. 의회는 본회의 일정이 시작되는 7일부터 1주일 안에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 시한인 14일까지 12일간 의원들을 종용할 수 있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소속 야리브 레빈 의장이 일정을 연기시키거나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NYT는 “네타냐후가 반대자를 설득하지 못해도 야당 지도자 영향력은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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