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8억 달러(약 8,900억 원)를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자국에서 생산한 백신 3,000만 회분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언론은 개도국을 상대로 ‘백신외교’를 활발하게 벌이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곧 영국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파격적 지원을 약속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2일 밤 온라인으로 열린 ‘코백스(COVAX) 백신 서밋(정상회의)’에서 코백스에 기존에 약속한 2억 달러에 더해 8억 달러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총 10억 달러(약 1조1,100억 원)의 지원금은 미국(25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그동안 코백스는 개도국 백신 지원을 위해 총 83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한데, 17억 달러가 부족하다며 각국에 추가 출연을 요청했다. 추가 출연분 중 절반이 넘는 8억 달러를 코백스 정상회의 개최국인 일본이 지원키로 함에 따라, 회담은 목표액 83억 달러를 초과 달성하면서 폐막할 수 있었다.
일본이 이처럼 코백스에 파격적인 지원을 한 데는 중국의 ‘백신 외교’에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가 함께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민주주의와 전제주의의 경쟁을 의식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화이자와 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의 보급이 ‘민주주의의 우위’를 입증하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3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수출·제공해 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코백스에도 지난달 국제보건기구(WHO)에서 긴급 승인을 받은 시노팜 백신을 1,000만 회분 제공하기로 했다. 반면 대만 등에는 자국 백신을 제공하겠다면서 다른 백신을 도입하려는 계약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코백스에 대한 파격적인 자금 지원이 오는 11~13일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도쿄올림픽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로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일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일본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에 대한 지지를 반영하는 문구를 넣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에 관한 호의적인 성명을 끌어내기 위해 ‘백신 외교’를 활용 중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스가 총리가 G7 정상회의에서 “(코백스에 대한) 일본의 공헌을 강조해, 올림픽 개최에 대한 찬동을 얻고 싶다는 의향”이라는 것이다. G7은 이미 올해 2월 화상으로 열린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 세계 결속의 증거로서 올해 여름 ‘안전·안심’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본의 결의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